지난 2008년 롯데백화점 포항점 지하 1층 식품매장에 문을 연 풀무원의 친환경 브랜드 '올가' 매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실적 개선에 나선 풀무원의 친환경 브랜드 ‘올가홀푸드’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만성 적자 탈출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 중인 가운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재무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올가를 바라보는 식품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3년째 ‘자본잠식·만성적자·부채’ 늪에 빠진 올가

브랜드에서 풍기는 건강한 느낌과는 반대로, 올가의 재무건전성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소 13년째 완전자본잠식 탈출에 실패하고 있으며, 동시에 영업이이과 순이익에서 손실을 입고 있다.

올가의 만성적자가 포착된 것은 회사의 첫 경영 실적이 공개된 2004년부터다. 19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도 25억원의 영업적자와 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때 이미 올가의 자본은 완전히 잠식된 상황이었다. 결손금이 105억원에 달해 납입자본금 62억원을 넘어섰다. 부채총계는 99억원 이르렀는데, 자본의 총계가 마이너스인 터라 부채비율마저 무의미한 지경이었다.

2년 연속으로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여 한자리수 진입에 성공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흑자의 문턱에서 주요 실적 지표들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6년 각각 5억원과 9억원이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금액은 3년 뒤 21억원과 25억원으로 원상 복구됐다.

올가의 실적 변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꾸준한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계속해서 적자에 머물러 있다는 거다. 지난해를 제외한 2004년(194억)부터 올가의 매출규모는 적게는 40억원에서 많게는 150억원 가까이 매년 증가해 2015년에 1,000억원을 초과해 달성했지만 영업부문과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는 실패했다.

몇 차례 이뤄진 유상증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자본금이 늘어남과 동시에 결손금도 함께 덩달아 증가해 13년째 완전자본잠식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도 올가의 경영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 100억원 가량이던 부채의 총계는 이 기간 314억원으로 뛰었다.

극도로 악화된 올가의 경영 상태는 현장 영업부터 점포 개발까지 두루 경험한 전문경영인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올가는 2011년 구원투수로 사업본부장을 지낸 남제안 대표를 전문경영인 자리에 앉혔지만, 5년이 지나도록 실적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 도마에 오른 친환경 안전성… ‘올가’ 발목 잡나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현재 수익이 좋지 않은 직영점들을 정리하고 가맹점 위주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폐점으로 인한 매몰비용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가는 전체 매장수의 10%에 이르는 12곳의 직영점 가운데 일부를 정리하고 백화점 채널인 SIS점과 가맹 위주로 점포수를 늘리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올가의 고전이 예상된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69%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로 드러나면서, 웃돈을 주고 구매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만 올가를 포함한 유명 친환경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계란의 경우 안전성이 검증된 농가에서 재배된 돼 한시름 놓게 됐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친환경 인증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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