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위장도급으로 민사재판에 패소를 했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하이닉스가 용역업체 운전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기 위해 위장도급을 자행했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민사 소송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로, 근로자를 대하는 재벌 대기업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측은 ‘검토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소송 제기한 운전기사들, 1심 승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15민사부는 운전업무 용역업체 직원 19명이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에게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해고기간동안 발생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지난해 시작된 이번 소송은 전형적인 파견근로자-위장도급 문제를 담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운전기사들은 2~9년가량 SK하이닉스 본사 및 이천·청주 공단에서 임원차량의 운전업무 등을 수행해온 이들이다.

하지만 소속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식당·차량 관리 업무를 SK하이스텍에 위탁했고, SK하이닉스는 차량운행업무를 또 다른 용역업체에 재위탁 했기 때문이다. 즉, 재하청업체가 SK하이닉스 임원들의 운전기사 업무를 맡은 셈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작년 3월 이들 소속의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다. 운전기사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고,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결국 승소를 거뒀다.

◇ 재판부, SK하이닉스 ‘위장도급’ 판단

SK하이닉스는 재판과정에서 해고가 아닌 도급계약 종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자신들은 운전기사 소속의 업체와 도급을 맺은 것으로, 계약종료에 따른 하도급 업체의 직원 수 감축엔 책임이 없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가 운전기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고, 실질적으로 관리감독을 했다는 점에서 운전기사들의 지위를 파견근로자로 판단했다.

또 SK하이닉스가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 위장도급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근로자는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승소를 이끌어낸 변영철 변호사(법무법인 민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SK하이닉스는 페이퍼컴퍼니 같은 용역회사로부터 도급계약을 체결, 운전용역을 도급받았다고 주장했다”며 “법원의 결정은 재벌대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파견법을 잠탈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모셨던)임원들은 보수로 몇 십억씩 받는다”며 “돈 몇 백 아끼려고 사람을 해고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소여부는)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판결문을 받은 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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