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정식품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정성수 정식품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올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경영 승계 작업에 본격적인 고삐를 당겼지만 마냥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 미래 먹거리 찾기 안갯속 

‘베지밀’로 유명한 정식품은 40여 년간 두유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다른 식음료 회사들이 사업다각화에 매진할 때, 정식품은 한 우물만 파는 ‘경영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두유 시장에서 50%를 웃도는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단단한 시장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영 전략도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한계에 부딪쳤다. 소비 심리 위축과 경쟁 심화, 대체 식품군 다양화 등과 맞물려 두유시장 규모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식품의 매출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정식품의 매출은 2012년 2,115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2년간 둔화세를 보였다. 2015년부터 소폭 회복하기 시작했으나 예전과 같은 성장세는 기대키 어려운 분위기다. 정식품은 지난해 1,87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에 정식품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정식품은 올 1월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생수 브랜드 ‘심천수’를 출시한 것인데 아직까지 매출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식품 측은 “아직 생수시장에 진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생수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생수시장에 200여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다수가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형사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 점유율 차지하기 위한 판촉 경쟁도 뜨겁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식품 또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재까지 소극적인 태도에 그치고 있다. 정식품 측은 생수사업에 대한 별다른 투자 계획을 갖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정식품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장인 정성수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그는 2010년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정재원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았다. 공교롭게도 그가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뒤부터 회사의 성장세가 꺾여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 3세 경영 체제 구축 시동… 후계 자질은 물음표 

미래 성장동력 확보 과제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은 올해 3세경영 체제 구축에도 시동을 걸었다. 정식품 연말 임원인사에서 장남인 정연호 씨를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정 부사장은 올 초 정식품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초고속 입성했다. 업계에선 당시 인사로 정 회장이 본격적인 후계 승계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후계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정 부사장이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2014년 정식품의 관계사인 오쎄에 이사로 부임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정 부사장은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그가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오쎄는 수년째 자본 잠식에 빠져있다. 실적은 지난해 더 악화됐다. 오쎄는 지난해 매출액이 257억원으로 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와 온라인 쇼핑몰, 광고대행 사업 등을 하는 오쎄는 정성수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정 부사장도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과 재무상황이 악화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실정이지만 정식품 계열사로부터 상당한 일감을 받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재 오쎄의 대표이사와 정식품 부사장 직함을 동시에 달고 있다.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후계 자질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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