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사건'이 발생 9년만에 다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키코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한 피켓.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금융위기가 남겼던 어두운 상처 중 하나인 ‘키코(KIKO)’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법무당국의 재수사를 요청한데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재심사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키코란 무엇인가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줄임말인 키코는 수출기업의 환율 하락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의 일종이다. 2004년 이후 점차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2007년에는 수출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을 위협할 수준까지 낮아졌다. 시장 또한 추가적인 환율하락을 예상하던 터라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컸다.

키코는 당시 단순 선물환보다 높은 행사환율을 제시해 인기를 끌었던 금융상품들 중 하나다. 물론 여기에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조건들이 붙는다. 키코의 경우 환율이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 약정환율 이상으로 높아질 때 계약금액이 2배로 높아지며, 이에 따라 수출기업이 입게 될 손해 또한 2배가 된다. 다만 환율증가폭이 일정액 이하일 경우, 즉 환율상승수준이 심각하게 높지 않을 경우 계약은 무효화되고 수출기업의 손해 또한 없다. 이 계약이행의무 여부를 결정하는 환율기준점이 ‘녹 인(Knock-In)’ 조건이다.

그러나 환율은 기업의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7년 말 932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일 년 뒤 1,310원이 됐으며 다시 두 달 뒤엔 1,533원까지 높아졌다. 환율증가폭이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수출중소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2010년 8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키코 계약을 체결했던 1,000여개 수출기업 중 738개 기업이 도합 3조2,24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 다시 불붙은 키코 논란

지난 2008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수출중소기업이 청구한 키코 상품약관 심사요구에 대해 “불공정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건에 따라 약관의 유‧불리가 달라져 약관법상 불공정성을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개별은행에 대한 집단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과 대법원도 공정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으며, 검찰 또한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11개 은행을 고발한 고소장을 지난 2011년 무혐의 처분했다.

일견 종결되는 듯 했던 키코 사건은 최근 다시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키코 사건을 ‘금융적폐’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나섰으며 금융 관련 협회 및 시민단체도 키코 재조사 논의에 동참했다.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는 12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을 두고 “키코 사태 등 금융 피해자들에 대한 확실한 피해보상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금융정의연대는 15일 논평을 내고 키코 사건을 ‘금융적폐’이자 ‘사기’로 규정했다. 중소기업이 은행에 비해 환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은행자금에 대한 의존성도 높아 키코 계약에 대한 양자의 위치가 동등하지 않다는 주장이 강조됐다.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관련은행에 대한 고발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금융 분야에 대한 적폐청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키코 사건이 이 분야에서 중대한 부분을 맡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나 소액주주들의 억울함을 덜어줄 필요성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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