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뉴욕시각)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첫 기조연설이 ‘촛불정신’에서 시작해 ‘촛불정신’으로 끝났다. 비폭력적 평화의 힘으로 권력을 교체한 촛불혁명이 민주주의이며, 이는 곧 ‘유엔정신’의 역사적 현장이라는 게 문재인 대통령 연설의 핵심이다. 유엔의 핵심 현안인 북핵 문제도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촛불정신과 유엔정신의 연장선상에서 풀어냈다.

21일 오후(뉴욕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그 어떤 이슈도 한 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될 수 없게 된 오늘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정신을 더욱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반도의 남쪽 나라 대한민국에 주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촛불혁명의 힘으로 국제사회 현안해결 선도”

이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광장이었다”며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폭력보다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촛불혁명의) 힘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촛불혁명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평화적 시위를 벌이는 모습, 집회해산 후 자발적으로 자리를 정돈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타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드문 ‘헌법에 의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가졌던 각국의 정상들도 촛불혁명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 레이건 전 대통령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응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결정 이후 마지막으로 열렸던 광화문 촛불집회의 모습 <뉴시스>

나아가 북핵 문제도 ‘촛불혁명’과 같은 평화적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호소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 내기 위해 문 대통령은 세 가지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요약하면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공감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 지양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 해결 등이다. 이는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누차 밝혔던 입장이지만,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상들에게 공식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당사자로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에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했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대목에 주목하기도 했다. 공화당 출신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중국·소련에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면서도, 한편으로 대화를 통해 냉전시대 종식을 이끌어 낸 인물로 평가된다. 공화당에서 존경 받는 레이건 전 대통령을 내세워,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응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