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양조 3세인 임지선 대표가 최근 기업업무 전반을 돌보는 총괄자에서 물러나 해외영업만을 담당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좌천'된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해양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보해양조 3세 임지선 대표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이사 취임 2년여 만에 부진한 국내 영업에서 손을 떼고, 비주력 시장인 해외를 전담하게 되면서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실적과는 무관한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사”라는 회사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좌천설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회사 살림꾼’에서 ‘한직’으로?

광주의 토종 주류기업인 보해양조 3세 임지선 대표가 국내 영업에서 손을 뗀다. 지난 2015년 1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1년 10개월만이다. 22일 업계와 보해양조에 따르면 신제품 개발 업무를 비롯해 회사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온 임 대표는 앞으로 해외 영업만을 담당하기로 했다. 국내 영업은 공동 대표로서 내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온 채원영 대표가 총괄한다.

임 대표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징계적 성격이 강하게 담겼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임 대표 취임 이듬해인 지난해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보해양조는 올해 상반기 실적마저 신통치 않자, 마침내 그의 활동 반경을 축소하기로 결정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세 경영 시대에 들어선 보해양조는 흥행은 잠시 뿐, 위기의 연속이었다. 연매출 1,000억원 규모의 향토 주류기업을 짊어지게 된 이립의 여성CEO는 회사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보다 실패의 쓴 맛을 더 맛봐야 했다.

야심차게 시도한 실험은 주류업계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지만 미풍에 그쳤다. 임 대표의 첫 히트작격인 ‘부라더 소다’는 지난해 주류시장에 저도 탄산주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었지만, 인기는 금새 시들해졌다. 실제 보해양조에서 부라더 소다를 포함한 과실주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상반기 28%로 축소됐다. 소주 ‘아홉시반도’ 원활한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야심작들이 연이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결과, 임 대표는 암울한 첫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매출은 원년 수준인 1,152억원을 달성한 반면, 60억원의 영업적자와 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해양조가 영업손실을 입은건 2011년 가족회사인 창해에탄올에 인수된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주는 충격은 컸다.

◇ 보해양조 "글로벌 감각 뛰어나 해외영업에 적합"

올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상반기 간신히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해양조는 올해 반기에 1억8,445만원의 영업이익과 6,174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임 대표 체제 이전인 과거 2~3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90%, 95%가량 감소한 규모다.

이런 가운데서 오너 후계자인 임 대표의 ‘보직’이 갑작스레 바뀌자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게된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해양조 관계자는 “다년간의 유학 경험으로 영어가 유창하며 글로벌 감각도 뛰어난 임지선 대표가 해외 영업망 확대 업무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 회사의 실적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해양조 측의 부인에도 좌천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보해양조의 매출 대부분은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0억원이 넘는 회사 전체 매출을 책임지는 중책에서, 30억원 규모의 해외 시장 총괄자로 역할이 한정됐다는 건 ‘한직’으로 밀려났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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