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대구은행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노조까지 들고 일어나 강한 책임 추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꿋꿋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 “지자체 곳간 못 맡겨” 뿔난 지역 시민단체

대구은행은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지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연이어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은 이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임직원들이 계약직 여직원을 상대로 수차례 성추행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는가하면, 비자금 파문까지 터졌다.

특히 최근 비자금 파문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최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대구은행의 시금고 지정을 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구참여연대를 비롯한 대구·경북 29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 이어 비자금을 조성한 대구은행에 지자체의 곳간을 맡길 수 없다”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금고를 해지하라”고 밝혔다. 또 대구은행 스스로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금고를 자진반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구시는 예산의 90.85%인 6조4,000억원을 제1금고인 대구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시금고 지정 해지까지 요구한 데는 그만큼 지역 시민사회의 분노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재 대구은행은 3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인규 회장 등 임직원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한 이후 지난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제보를  입수한 뒤 내사를 거쳐 지난 5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 노조, 강한 사퇴 압박에도 … 박인규 회장 사태 관망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 회장은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노조도 박 회장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21일 대의원회의를 개최하고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임원들의 즉각적인 사의표명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는 이날 박 회장의 기소가 결정되는 즉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진서명 운동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버티기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열린 을지연습 상황보고회에서 직원들에게 “사태를 수습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뒤,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의 거취에 관련해 “특별한 말이 없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구속기소가 되지 않는다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장직은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와야 면직될 수 있다. 이 경우 비난 여론과 내부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구은행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번 비리 의혹 제보도 내부에서 나왔다는 설이 파다하게 돈 바 있다. 과연 박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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