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쓰러진 농민 백남기(당시 69세) 씨 사건은 경찰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다. 사진은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한 제52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멈추지 않는 물대포'<국민일보(전 노컷뉴스) 윤성호>. <뉴시스>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 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와 성(性) 관련 의무위반행위에 징계 규정을 강화하겠다.”

경찰청이 24일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인권 침해 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란 풀이다.

◇ 불법체포·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경찰관 징계 강화

경찰청은 이날 개정안을 통해 불법체포·감금, 폭행·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 징계수위를 낮출 수 없도록 추가했다. 또, 음주운전뿐 아니라 음주측정에 대한 불응도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훈장 또는 포장,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경찰관의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직무와 관련한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횡령·유용,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범죄, 음주운전, 재산등록 및 주식의 매각·신탁과 관련한 의무위반 행위는 감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직무유기, 지연처리·보고, 확인소홀, 허위·축소보고, 보고생략, 사건 은폐, 사건 묵살·편파·격하처리 등 직무 태만 행위도 징계 수위를 낮추지 못하기로 했다.

공무원의 부작위 또는 직무 태만으로 국민의 권익침해 또는 국가 재정상의 손실이 발생했거나 성과상여금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경우,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때도 감경 대상에서 제외된다.

성과 관련해 의무위반행위를 했을 때는 해임이나 파면을 당할 수 있다. 반복·상습적이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성희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일 경우 정직 이상, 미성년자나 장애인 대상 성매매는 해임 이상으로 징계 수위가 강화된다.

또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부당한 요구나 지시, 욕설 등 모욕적인 대우를 하는 등 상대방의 자존감을 훼손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도 최대 파면당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해 인권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갑질 징계 유형 신설 및 성 관련 비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시민단체 인사와 학계 등 외부인사 19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를 꾸리고,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6월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개혁위 권고안 적극 수용하고 자구책 마련하고... 경찰, 수사권 확보 안간힘

경찰청의 이번 개정안은 앞서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과 맥이 닿아있다. 앞서 지난 5월 청와대는 검·경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자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사권 조정 마무리는 국회에서 하겠지만 각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데, 여러 전제 중 하나가 경찰 내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방지되도록 하는 내부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행정경찰이 수사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 등의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직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 추진에 앞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경찰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린 셈이다.

이날 청와대는 국가기관 인권침해 사건의 20%가 경찰 관련이라는 통계까지 공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1년부터 15년간 접수한 사건 가운데 경찰(20%)에는 구금시설(교도소·30.2%) 다음으로 많은 진정이 몰렸다. 실제로 인권위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만 해도 “경찰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정이 접수된 건은 모두 1,383건에 달했다. 내용별로는 △폭행이나 가혹행위, 과도한 장구사용(336건) △폭언과 욕설 등 인격권 침해(294건) △불리한 진술 강요나 심야조사 등 편파수사(236건) 순으로 많은 진정이 나왔다.

실제 2015년 11월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쓰러진 농민 백남기(당시 69세) 씨 사건은 경찰의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다. 당시 경찰은 백남기 씨에게 물대포를 직사 살수해 숨지게 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경찰은 지난 6월 시민단체 인사와 학계 등 외부인사 19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를 꾸리고, 개혁위가 제시한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 자체적인 인권대책을 내놓는 등 ‘인권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숙원 과제인 수사권을 얻어 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풀이가 많은 가운데, 과연 경찰 바람대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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