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두산이 시즌 막판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돌입했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막을 내리기까지 이제 약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10개 구단은 10월 3일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딱 이 시점에 ‘공동 1위’가 등장했다. 줄곧 1위를 달려온 기아 타이거즈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다. 기아와 두산이 올 시즌 가장 높은 고지에서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뒤늦게 다시 불붙은 우승경쟁은 손에 땀이 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경기 수 자체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쇼트트랙이나 육상 경기에서 홀로 치고나가던 1위 선수와 스퍼트를 올린 2위 선수가 결승점을 향해 나란히 달리는 모양새가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먼저 기아는 올 시즌 가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11경기를 치른 4월 12일 처음 1위에 올라 지금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6월 25일부터 28일까지 NC 다이노스에게 공동 1위를 허용하긴 했지만 2위로 내려앉은 적은 없었다. 20점을 넘긴 경기가 3경기나 될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뽐냈고, 양현종-헥터의 ‘다승 1위’ 원투펀치도 매서웠다.

두산은 정반대였다. 페넌트레이스를 독주하다 한국시리즈마저 4전 전승으로 제패한 지난해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시즌 초반인 5월 초까지 줄곧 6~7위에 머물렀고 전반기는 5위로 마쳤다. 자칫 가을야구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전반기를 마칠 당시 1위 기아와 5위 두산의 승차는 13경기에 달했다. 이는 그 자체로 기아와 두산이 얼마나 다른 상황이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24일 경기 후 두 팀은 1위 자리에서 만났다. 13경기 차이가 지워진 것이다. 전열을 정비한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뒷심은 강했고, 2009년이 마지막 페넌트레이스 우승이었던 기아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만약 두산이 우승에 성공한다면 2017년은 ‘역전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전반기 종료 기준 13경기 차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하는 일 말이다.

그렇다면, 두산의 ‘역대급’ 역전 우승은 실화가 될 수 있을까. 뚜껑을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게 승부지만, 두산을 향한 기운이 좋은 편이다.

25일을 기준으로 기아는 6경기, 두산은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기아는 82승 55패 1무, 두산은 82승 55무 3무를 기록해 승률이 0.599로 같다. 무승부는 승률 계산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두산이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할 경우, 승률은 0.605가 된다. 이 경우 기아는 6경기를 모두 이겨야 0.611로 두산을 제칠 수 있다. 만약 5승 1패를 기록하면 승률이 0.604에 머물러 0.001 차이로 우승을 놓치게 된다.

두산은 kt 위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와 1경기씩을 남겨뒀다. 오는 27일부터 하루건너 한 경기씩 치른다. 기아는 LG와 1경기, 한화와 2경기, kt와 3경기를 치르면 된다. LG와 경기 뒤 하루 쉬고 한화와 2연전, 다시 하루 쉬고 kt와 3연전을 치르면 된다.

남은 경기 일정으로 두 팀의 유불리를 가리기는 어렵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이다. 이러한 측면에선 확실히 두산이 유리하다.

두산은 최근 6연승을 질주 중이다. 그중엔 기아를 6대0으로 제압한 경기도 있다. 반면 기아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지난 24일엔 한화에게 5대0 영봉패를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최근 경기 뿐 아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두산은 현재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구단이다. 반면 기아는 잘 나가던 시기에 비해 침체돼있고 쫓기는 입장이다.

야구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열흘 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본격화된 우승 경쟁의 향방은 프로야구 역사에 어떤 페이지를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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