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첫 번째 추진 공약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선언한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항이란 평가 이면에 ‘비정규직 지옥’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비정규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정규직과의 임금 및 처우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연내 1만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새 정부 정책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정책의 성공 및 확산 여부가 인천국제공항에 달린 셈이다.

이후 5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약속했던 2017년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는 2,000여명의 정규직 전환 소식만 들려왔을 뿐이다. 그마저도 노조 측은 진정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 선언 이후에도 비정규직 채용 및 재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었다. 정규직 전환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제기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또 현재 어디까지 왔고, 약속했던 올해 안에 전면적인 정규직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시사위크>가 점검해봤다.

◇ 노·사 모두 의지 강력… 계약해지, 노사 시각차 ‘과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8일 “정규직 전환이 본격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약 2,0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추진 중인 정규직 전환에 있어 핵심적인 선결과제는 기존의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2,000여명은 올해 말에 계약이 종료되는 4개 협력업체와 계약해지에 합의한 10개 협력업체 소속이다.

아직 남은 협력업체가 훨씬 많은 가운데, 이들과의 계약기간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부 협력업체는 지난 8월 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 계약기간 준수 등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합법적인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고, 일부 보상비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갈등과 진통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일영 사장은 “부득이한 경우엔 일방해지도 고려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일부 협력업체와 계약 조기 해지에 합의하며 정규직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또 다른 과제는 정규직 전환 방식 합의다. 이를 위해 노조와 사측,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가 구성됐으며, 지난달부터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 협의회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과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 설립 같은 전환 방식, 임금 및 처우 등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 협의회에서도 노사 간 시각차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한재영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의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고, 직접고용은 최소화하며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공사가 진행한 연구용역이 하나씩 발표되고 있는데, 이 역시 애초에 공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1월 중순까지 정규직 전환 방식 협의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일영 사장이 직접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역시 이 문제를 연내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재영 대변인은 “일각에선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문제는 시간을 못박아두고 반드시 그 안에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힘이 약해지거나, 다른 화두에 밀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협력업체와의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 다만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거나 꼼수를 쓰려고 들어선 안 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맞도록 먼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첫 모델이다. 우리 역시 부담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지금 당장 정규직 수준의 임금이나 처우를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으면서 연내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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