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그룹 홈페이지 화면에서는 주소, 대표자, 연락처, 이메일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 MH그룹 홈페이지 캡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각) MH그룹으로부터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자고 있으며 계속 불이 켜져 있어 잠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초안에는 박 전 대통령이 만성적 허리통증과 무릎 관절염, 영양실조 등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적혀있다. 또한 적절한 침대에서 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실렸다. 이 보고서는 조만간 유엔인권이사회에 보낼 계획으로 이 매체는 보도했다.

◇ MH그룹, 주소·연락처·대표자 등 홈페이지 정보 없이 보도자료만 4건

MH그룹의 대표인 미샤나 호세이니운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팀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가 화제가 되면서 MH그룹의 정체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초안을 작성한 MH그룹은 국제법률 및 외교적 사례를 다루는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로, 전 리비아 지도자의 아들인 사이프 가다피를 변호한 단체로 소개됐다. 박 전 대통령의 한국 변호인단과는 구별된다고 한다. 실제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처음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다만 MH그룹에 대한 의문점은 적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사무소의 위치, 연락처, 이메일 주소, 대표자 등 일반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이 하나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나온 보도자료는 CNN보도에 언급된 사이프 카다피 변론내용 1건과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 3건을 포함한 4건이 전부였다. ‘국제법률 및 외교적 사례를 다루는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라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 정치권 ‘잠잠’ 법무부는 조목조목 ‘반박’

재판을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무엇보다 이 사건의 의뢰인 또한 불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의뢰했는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내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 중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탈북자 출신 여성박사 이애란 씨와 박 전 대통령 탄핵재판 변호를 맡았던 김평우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김평우 변호사 측에 확인해본 결과, 김 변호사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은 맞지만 이번 사건을 의뢰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측근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파장이 큰 보도였음에도 정치권의 반응은 잠잠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박 전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자유한국당 역시 논평을 자제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수감자들에 비해 넓은 독방에는 샤워시설과 문이 달린 화장실, 매트리스와 온수 등 각종 편의가 제공되고 있고, 서울구치소장과 열흘에 한 번 꼴로 단독면담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도 '인권침해'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고 적었을 정도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움직임과 맞물려 논란이 커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편 법무부는 CNN의 보도에 대해 수용생활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바닥 난방시설과 TV, 관물대, 수세식화장실 등이 구비된 적정 면적의 수용거실에 수용되어 있고 취침시간에는 조도를 낮추고 있다. 필요시 수시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있으며 허리 통증을 감안해 접이식 매트리스와 의료용 보조용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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