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가 필리핀 마닐라 동포간담회에서 싸이의 '말춤'을 따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김정숙 여사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5일에는 ‘사랑해요 김정숙’이라는 문구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대 영부인 가운데 이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인사는 거의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영부인으로서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청와대를 공식 방문한 손님들에게 손수 만든 디저트를 대접하는 사소한 일부터, 외교적 사안에도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 8월 주한중국 대사관에서 열린 ‘치바이스 전시회’에 참석, 꽉 막혀 있던 대중외교의 물꼬를 튼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밖에 정상외교 중 함께 이뤄지는 친교행사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동남아 순방 중에는 동포들과 함께 ‘말춤’을 춰 화제를 몰고 다녔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의 이면에는 ‘영부인’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와 대비되는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경선서 배우자가 연호된 것은 유일

일각에서는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했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김정숙 여사의 캐릭터를 만들고 홍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류여햐 한국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보여주기식 쇼를 정말 잘한다”며 “영부인이 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앉아서 웃고 있는 모습은 멋있지만 쇼”라고 지적했었다. 심지어 김 여사를 띄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그러나 김 여사의 인기는 기본적으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스킨십’ 부분에서는 여타 정치인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특유의 붙임성이 처음 조명된 것은 2015년 치러진 4·29 재보선이었는데, 김 여사는 ‘강화의 딸’임을 내세워 인상적인 바닥민심 행보를 보여줬었다. 당시 수행을 맡았던 민주당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부터 악의까지 천차만별인데, 김 여사의 유쾌함에는 다들 웃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었다.

대선 때의 활약도 적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추석부터 매주 광주를 찾아 바닥민심을 다졌다. ‘호남홀대론’을 극복하는 게 핵심 과제였다. 김 여사는 시장, 목욕탕, 미용실, 양로원 등을 발로 뛰며 서운했던 민심을 들었고 냉랭했던 마음을 천천히 녹여냈다. 호남지역에서는 ‘유쾌한 정숙씨’로 불렸고,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호남특보’로 여겨졌다. 덕택에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호남지역 얽매이지 않고 전국적인 행보를 걸을 수 있었다.

민주당 대선경선 당시 모습도 지지층들은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광주에서 열린 지역경선 당시 김 여사는 타 후보의 배우자들과 달리 바지에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내빈석으로 이동하기 전 관람석에 있는 지지층과 만났고, 기자석에 들러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관람석에서 후보자가 아닌 배우자의 이름이 연호된 것은 유일했다.

놀라운 ‘기억력’도 장점으로 보인다. 과거 현장에서 기자와 스치듯 만났던 것에 대해 “우리 XXX서 만났었죠?”라며 정확히 기억했었다. 김 여사의 이 같은 덕목들은 유머가 부족하고, 다소 스킨십이 딱딱하다는 문 대통령의 약점을 훌륭히 보완하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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