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에서 자녀의 스마트워치 소지를 법으로 금지했다. 사생활 침해 등 논란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최근 들어 키즈폰 등 스마트워치는 물론 일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초등생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되느냐’는 고민을 토로하는 부모의 글이 올라온다.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아동의 IT기기 사용량이 증가하자 ‘사생활 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부모가 IT기기를 통해 자녀를 과도하게 간섭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부모의 보호와 감시 사이, 아동 IT기기 소유

아동의 IT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기기에 대한 부모의 접근 권한에 대한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을 비롯한 모든 IT기기는 보안이 핵심이다. 타인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된 사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잠금 설정,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잠금 설정 등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아동의 IT기기 소유와 그들의 사생활에 대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는 뜨거운 감자다. 부모의 감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진영의 대립이 첨예한 논쟁거리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의 IT기기를 관리하고 엿보는 행위의 정당성’이 골자다. 아동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독일은 최근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렸다. 독일 망 규제기관 연방통신망청(BNetzA)은 아동의 스마트워치 착용을 금지시켰다. 키즈폰 등 어린이용 스마트워치를 ‘구매 금지 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규제 당국은 부모가 자녀에게 스마트워치 사용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 등 외부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아동에게는 주의를 주도록 권고했다.

독일이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 중 하나는 아동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고, 아이들도 그들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결정이다. 요헨 호만 독일연방네트워크청장은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모들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수업시간 중 교사의 말을 엿듣기도 한다”고 밝혔다.

◇ 우리나라, 앱만 깔면 부모가 문자·통화 목록까지 확인 가능

관련 논쟁은 IT기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더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아이들의 IT기기 사용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의 ‘2016년 초등생 스마트폰 사용 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학년 초등생(4~6학년) 중 86.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등생 10명 중 8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스마트폰 보급률 83%를 넘는 수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독일과 같은 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실제 상황은 정 반대다. 독일이 아동 감시를 법으로 감시를 금지했다면 우리나라는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청소년이 통신사와 계약하는 경우 유해물 차단앱을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 앱을 삭제하거나 일정 기간 작동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법적으로 유해물 차단앱 등 감시가 가능한 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당 앱들은 부모가 아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출시되고 있다. 자녀를 부적절한 유해 정보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다. 부모가 자녀의 폰을 원격 조종할 수 있고 전화, 문자 내역도 확인 가능하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원활한 ‘감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기도 좋다. 일각에서는 한국 아동들의 삶의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원 수업 등의 사교육으로 외국에 비해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취지와 달리 감시 범위가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해 8월 이른바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감시 앱의 의무 설치는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 전반의 모니터링 △위치 조회 등은 청소년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초 방통위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 방통위는 우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의 취지는 공감한다”며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법안은 청소년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 심지어 이 같은 감시앱들의 보안이 허술해 아이들의 개인 정보가 악용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